아시아 반도체 3사에 쏠린 글로벌 자금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타고 급등한 아시아 반도체 대장주들이 최근 다른 의미로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는 지난 6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약 두 배 늘어나 각각 1조 달러 안팎의 규모를 기록했는데요. 이들 세 기업의 MSCI 신흥시장 지수 내 비중은 29%에서 30%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상장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커질 정도로 쏠림 현상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피델리티인터내셔널과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차익 실현과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수 비중 30% 육박과 분산효과 상실
운용사들이 경계하는 건 단순한 주가 급등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입니다. 아시아 반도체 3사가 신흥시장 지수를 좌우하는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과거 신흥시장이 미국 증시와의 분산투자 효과를 제공하던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제는 AI 반도체 대형주가 미국과 신흥시장 지수를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되어 위험 분산이 어려워졌습니다. 인베스코는 올해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60% 이상 줄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서 올해 약 1000억 달러를 순매도하며 자금을 빼내고 있습니다. 피델리티의 캐롤라인 쇼 매니저는 이러한 지수 집중도가 시장 과열의 중요한 신호라고 분석했으며, 블랙록의 웨이 리 전략가 역시 실적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차익 실현 속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
반도체주를 줄인 운용사들은 인도와 중국 독자 기술 생태계, 에너지와 전력 인프라, 유틸리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은 미국 수출 규제 속에서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국 기업들을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 낙관론도 존재합니다. UBS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가 사실상 과점 체제를 구축했으며 규모의 경제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확대와 중국 CXMT, YMTC의 생산능력 확충 및 기업공개 추진은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를 초래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힙니다. 시장이 사이클 정점을 지나는 듯한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신중한 자산 배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