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할퀸 남해안
8월 중순, 경남 남해안을 덮친 폭우는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시에는 나흘간 누적 968.1mm의 비가 쏟아졌는데요. 17일 하루에만 시간당 124.5mm에 달하는 폭탄 같은 강우가 집중되면서 하천 27곳이 범람하고 상하수도 시설마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만 2,236건에 달했고, 아직 703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소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토사가 건물을 뚫고 지나가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산림청과 경남도는 이번 사고를 자연 상태의 임야가 아닌 인공 비탈면 유실로 규정하면서 복구 비용을 아파트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복구 비용을 떠안게 되면서 갈등도 불거졌습니다. 반면 통영 원도심은 750mm의 폭우로 침수되면서 동피랑 마을 등 관광지가 한산해졌고, 상인들은 생계 위협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민관 합동 복구와 지원 속도 내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까지 나서 신속한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남소방본부는 도내 의용소방대원 1,260명에 이어 전국 9개 시도에서 680명을 추가로 투입했는데요. 릴레이 방식으로 펼쳐지는 복구 작업은 폭염 속에서도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는 피해 소상공인을 위해 최대 2,000만 원의 무이자 대출을 내걸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1,000만 원을 기부하며 따뜻한 손길을 보탰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한승 제1차관도 직접 현장을 찾아 하천 범람과 정전 피해를 점검했습니다. 전력 공급은 일부 지역에서 아직 원활하지 않아 2,369세대가 정전 상태를 겪고 있지만, 당국은 25일까지 복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수와 가스 중단으로 복귀한 주민들조차 찬물로 샤워를 하며 불편을 겪고 있어, 기반 시설의 완전한 정상화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의전 논란과 이재민 지원의 사각지대
복구 현장에서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불편한 진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뭄 대응에 이어 폭우 복구까지 소방관들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일부 대원들이 정치인과 기관장의 현장 방문을 위한 의전 업무에 동원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소방지부는 이를 두고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재난 현장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소방력이 본연의 목적과 무관한 업무에 쓰인다면, 재난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꽤 무게를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재민 지원 역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거제시는 세대당 7만 원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가족 구성원 수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탓에 대피소를 벗어나 외부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산사태로 토사가 치워지지 않아 안전진단이 지연되는 곳도 있어,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주민들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