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제안과 ‘대외비 문건’ 파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전격 제안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당은 깊은 내분에 빠졌습니다. 합당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당 사무처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면서부터인데요. 이 문건에는 오는 3월 3일까지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조국혁신당 측에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를 배분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내 비당권파는 이 문건을 두고 사전에 모든 게 결정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실행만 해라) 합당’이자 ‘밀실 합의’의 증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해당 문건을 “본 적도, 지시한 적도 없는 실무자 작성 문서”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인사 안배까지 적힌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을 리 없다는 반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당내 반발과 ‘꼬리 자르기’ 논란
문건 유출은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을 비롯한 반정청래(반청) 계열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논의 중단과 문건 작성 경위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정 대표의 해명을 ‘꼬리 자르기’로 규정했죠.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합당 논의로 인해 당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며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초선, 3선, 중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간담회를 열었지만, “핑계 대지 말고 합당을 멈추라”는 요구 앞에서 쉽사리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합당 상대인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사전 협의나 통지는 전혀 없었다”며 유출 사태 자체에 대해 “멋대로 만들고 내부 싸움을 하는 꼴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치적 계산과 불확실한 향후 전망
이번 합당 제안과 파장은 단순한 당내 다툼을 넘어 정치권의 권력 재편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정청래 대표는 6월 지방선거 승리와 초거대 여당 구축을 명분으로 합당을 제안했지만, 이면에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층과 ‘친문(문재인)’ 계열의 정치적 자산을 흡수한다면, 당내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유리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계산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단적 행보로 비춰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상황을 두고 “지방선거 지분과 당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라 비판하며, 국가 경제 위기 때 국력을 낭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으겠다고 했지만, 문건 파동으로 인한 신뢰 추락과 당내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입니다. 합당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민주당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