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동반 흑자, 배터리 업계 되살아나나
국내 배터리 3사가 2026년 2분기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이 본격화된 2024년 3분기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의 동반 흑자 전환입니다. 이번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와 북미 생산 확대, 그리고 미국 정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7조 5천억 원대에 영업이익 1,133억 원을 올렸고, 삼성SDI는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2,03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SK온은 분사 이후 최대인 8,2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단숨에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며 전체 매출의 20% 후반대를 차지했고, 삼성SDI 역시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와 배터리백업유닛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ESS가 이끈 실적 반등, 이면의 병목과 과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일부 기업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5%가량 밑돌았는데, ESS 배터리 패키징 협력사의 생산 병목으로 출하가 지연된 탓입니다. 다만 하반기에는 세방전지를 신규 협력사로 확보하며 출하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ESS 시장의 성장성은 확실하지만 공급망 안정화 여부가 향후 실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3사의 흑자 전환은 소재 업계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해액 업체 엔켐은 2분기 전체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3% 증가했고, 특히 ESS용 전해액은 45%나 급증했습니다. 엘앤에프 역시 하이니켈 제품 출하 증가와 가동률 회복을 통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원통형·각형·라인 전환, 3사의 갈린 미래 베팅
흑자 전환의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3사는 서로 다른 차세대 배터리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46시리즈를 내세워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효율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에 베팅하며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SK온은 폼팩터 경쟁보다 기존 전기차 생산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유연한 운영 전략으로 연간 5천억 원의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습니다.
업계는 ESS가 전기차 시장의 둔화를 상쇄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단순한 증설이 아닌 실질적인 출하량 확대와 공장 가동률 제고를 통해 수익성을 안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반기에도 북미 생산 체계 강화와 ESS 중심의 투자가 이어질 가운데, 기업별 주력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보 여부에 따라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