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치명적인 소주병
경기 부천에서 40대 아내와 20대 태권도장 관장이 남편을 약물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6일 오후, 아내 A씨가 집에서 남편 C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특수상해로 체포된 게 발단이었는데요. 이후 경찰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분석하자 더 큰 범행이 포착됐습니다. 이들은 며칠 전 1.8리터 소주병에 벤조디아제핀 계열 알약 60정을 갈아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던 겁니다.
다행히 피해자 C씨는 해당 술을 마시지 않아 목숨을 건졌지만, 경찰은 이를 살인미수로 판단하고 두 사람을 구속했습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죠.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며,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도 예고했습니다.
관계와 동기, 그리고 금전 문제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보육 보조로 일한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는 아니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B씨가 A씨에게 9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며 B씨의 도움을 받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입수된 대화록에는 B씨가 "우편함에 술을 넣어놨으니 누가 보기 전에 찾아가라"며 위치와 방법을 지시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A씨는 "내일 관장님이 주셨다고 하고 먹일게요"라고 답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조사 중입니다.
모방 범죄 우려…약물 관리 강화 필요성
이 사건에서 사용된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과 불안장애 치료에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약물이 과거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에서 피의자 김소영(20)이 사용한 성분과 동일하다는 겁니다. 김소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장해 처방받은 약을 탈취해 범행에 악용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벤조디아제핀 처방이 증가하면서 범죄에 도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백석대 김상균 교수는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관리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모방 범죄가 계속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찰 역시 이번 사건이 단순 우발적 범행인지, 아니면 김소영 사건을 모방한 것인지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