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일주일 만에 90달러 선 붕괴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단 멈췄다는 소식에 급격하게 내리막을 탔습니다. 7월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6.70달러(7.50%) 하락한 배럴당 82.61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9월물도 8.42달러(8.70%) 밀린 배럴당 88.3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상황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빠른 되돌림입니다. 당연히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숨 돌린 데 크게 안도한 모습입니다.
교전 멈췄지만 남은 불안
이번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공습 중단 지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란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란 정부 역시 미국의 공격 중단에 따라 보복 대응을 멈췄음을 인정했습니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대통령이 대화에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순탄하게 풀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미국 매체들은 미국이 공습을 중단한 배경으로 요격미사일 재고의 급격한 소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교전 중단은 전략적 판단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거죠.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선 통항이 제한적으로 재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원유 물동량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화물이 비용이 많이 드는 수에즈 운하 우회 경로를 이용하는 등 해상 물동량 위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
유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0.5% 올랐지만, 반도체 업종의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나스닥은 0.2% 하락했습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요. 이는 시장의 관심이 미국과 이란 관계라는 더 큰 그림에 쏠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단순한 펀더멘털 개선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안도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PVM의 존 에반스 분석가는 시장이 사실상 아무런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좋은 소식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원유 물동량이 여전히 제약된 상태인 만큼, 향후 무력 충돌 전개에 따라 유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은 크게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