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앞에 선 장기금리의 경고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는데도 시장은 오히려 불안해졌습니다. 7월 29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0.25%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이는 워시 의장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시장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리 경로에 대한 설명을 대폭 줄이면서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만 키웠습니다. 결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2%를 넘어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시장이 연준의 대응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엇갈리는 경제지표와 깊어지는 고민
연준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1.5%에 그쳐 시장 전망치인 2.1%를 밑돌았고, 6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월보다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지표들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적게 나오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더구나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가 상방 압력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도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1,430원대로 내려갔지만, 이는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 속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형일 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했는데, 사실 근본적인 해법은 통화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8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도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국내 영세업체와 가계부채 부담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워시 의장이 구체적인 로드맵 대신 원론적인 메시지만 남긴 탓에 세계 금융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속에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