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를 덮친 7만 명의 물결
2026년 7월 말,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월경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틀간 7만 2천여 명의 이주민이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넘어왔고, 이 과정에서 70명 이상이 바다에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유럽연합(EU)은 긴급 내무장관 회의를 소집했으며, 스페인 정부는 신속하게 7만 명을 모로코로 되돌려 보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다만 남아 있는 인원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 860명가량에 대한 추가 행정 절차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외교 갈등과 정치적 이용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복잡한 외교적 갈등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부사하라 영유권을 둘러싼 모로코와 알제리의 대립 속에서 스페인이 최근 알제리와 관계를 회복하려 하자, 모로코가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국경 통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는 겁니다. 한편 유럽 각국의 강경 우파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스페인과의 국경 검문을 한 달간 강화했고, 프랑스와 영국, 독일의 우파 정치인들도 일제히 국경 통제 강화를 주장하며 반 이민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결국 세우타 사태는 유럽 내 정치 분열을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솅겐의 미래가 걸린 시험대
세우타가 특별한 건 솅겐 협정 적용 지역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곳을 통해 유럽 본토로의 자유 이동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더욱 커졌습니다. EU는 스페인에 긴급 재정 지원을 제안하고 국경 관리 기구 프론텍스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스페인의 이민자 합법화 계획을 비판하며 솅겐 협정 중단까지 거론했습니다. 모로코 역시 EU의 신뢰를 잃어 어업협정이나 농산물 특혜 관세 등 경제적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유럽 통합의 핵심인 자유 이동 원칙이 유지될지, 아니면 국경 장벽이 다시 쳐질지 이번 사태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