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바뀌는 교육 재정 산식
정부가 55년간 유지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새 산식은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내년 교육교부금이 현행보다 약 20조 원 줄어든 78조 9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절감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으로 전환되며, 기존 초중고 몫이던 교육세 1조 8천억 원도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번 개편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일시적 세수 급증이 교육 예산에 기계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정부는 교부금 총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지 않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교육계는 이를 일방적인 재정 축소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가 곧 예산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교육계의 반발은 단순한 예산 삭감 반대가 아닙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세입의 75%가 교부금에 의존하고 경직성 경비가 60%에 달하는데, 예산이 줄면 학생 투자 비용이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인구 유입으로 과밀학교 문제가 심각해 최근 5년간 연평균 38개교가 신설됐으므로, 학령인구 감소라는 단순한 잣대가 통하지 않는 지역입니다.
경남과 충남교육청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경남은 AI 디지털 교육 인프라 등 미래 교육 예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편 시 1,014억 원의 재정 부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는데요. 충남은 도농복합 지역 특수성을 들어 이중 수요를 무시한 재정 축소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도 급식과 통학, 시설 유지비 등 기본 비용은 그대로라는 점이 교육계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여야와 노동계의 시각
교부금 개편과 맞물려 조성되는 100조~150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변동성에 대비한 혁신적 재정 장치라는 평가와 함께 국회의 통제권 강화를 주문했는데요. 반면 국민의힘은 기금이 국회 심사를 피하는 쌈짓돈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국채 상환 우선을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도 기금 설계에서 노동자 목소리가 배제됐다며 반발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을 이끈 현장 노동자의 기여는 무시된 채 재원이 대기업 지원으로 환류될 것이라는 우려인데요. 정부는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에 따라 운용되므로 자의적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현장과 노동계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시적 흐름과 지역별 실제 교육 수요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이번 이슈의 핵심입니다. 정부의 재정 효율화 목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교육이라는 영역이 인구 숫자만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