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와 판결
2018년 6월, 충남 천안 대학병원 응급실에 음주 상태로 복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20대 환자가 이송됐습니다. 당직 전공의들은 뇌 CT 촬영 후 특이 소견이 없다고 판단해 환자를 퇴원시켰는데, 이후 척추동맥 박리에 의한 뇌경색이 발견돼 영구 장애가 남았습니다. 대전지법은 전공의 2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전문적 지식을 신뢰한 환자 상황에서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겁니다.
의료계의 반발과 우려
판결 직후 의료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은 완전 확진 공간이 아니며, 음주 환자에 대한 신경학적 검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의사회도 “사법의학의 폭력 아래 응급의료 현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선의의 진료조차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방어진료 체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주취 환자의 증상이 다양해 초기 진단이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론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도적 한계와 향후 과제
정부는 2022년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통과시키고, 2023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중대 과실이 없는 고위험 진료에 대해 형을 감면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들 법안이 현장의 실질적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미국의 ‘선의 원칙’을 언급하며, “진단 오류를 형사처벌하는 현실이 응급의학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젊은 의사들의 응급의학과 기피가 심화되고, 환자 뺑뺑이와 과밀화가 악순환을 이룰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