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소진 시점, 4년 더 미뤄졌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4년 늦춰진 2069년이 될 전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국민연금공단이 각각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도 2048년에서 2050년으로 2년 연장되었는데요. 이 모든 변화 뒤에는 지난해 기록된 역대급 기금운용 수익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수익률은 18.82%에 달했고, 특히 국내 주식 수익률은 82.44%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기금 규모는 1,458조 원에서 1,526조 원으로 불어났고, 이 여파로 소진 시점이 2065년에서 2069년으로 뒤로 밀렸습니다. 더 나아가 장기 평균 수익률이 현재 전망치인 4.6%에서 1%포인트 더 오른 5.6%를 유지한다면, 기금 소진은 2082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2049년부터 기금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주식 확대와 운용 독립성 논란
높은 수익률의 이면에는 국내주식 비중 확대라는 정책적 선택이 존재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크게 끌어올렸는데요. 이 조치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국내 증시 활황에 기여했지만, 정치적 논란도 함께 낳았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 언급 이후 국내주식 비중이 상향된 점을 지적하며, 1,8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정권의 증시 성과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당시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신호도 문제 삼았는데요. 이는 대규모 연금 자산이 시장 왜곡과 환율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반면 정부 측은 해외투자 확대로 인한 원화 약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환스왑 거래 연장과 환헤지 비율 상향 등 다각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을 늘리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연금 운용은 수익률과 환율, 정책 목표 등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연금을 위한 제도적 보완
수익률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33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규모 기금의 자산 매각이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점진적인 리밸런싱이 가능하도록 정교한 출구 전략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수익률 제고와 함께 외화채권 발행이나 담보 차입 등 달러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고, 환율 수준에 따라 헤지 비율을 자동 조정하는 상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국민연금은 노후 자금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국내 금융시장의 거대한 수급 주체입니다. 당장의 수익률 개선에 취할 것이 아니라, 운용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외환시장 안정과 기금 지속성을 동시에 잡는 균형 잡힌 전략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