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동에도 멈추지 않는 '출산 관광' 차단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출생시민권 제한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전면 폐지를 위헌으로 판결한 지 약 한 달 만인데요. 이번에는 비자와 입국 자체를 통제하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미국 내 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의 비이민 비자 발급과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죠.
이번 조치는 관광이나 학업 목적으로 입국해 아이를 낳는 이른바 '원정 출산'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층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돈으로 시민권을 사들이는 행위가 수치스럽다고 비판하며 이번 명령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원정 출산이 의심되는 외국인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추방할 수 있게 되었고, 알선 업체나 브로커 등 관련 단체에 대한 법적 제재도 함께 담겼습니다.
외교관과 적성국 자녀까지 제한선 확대
단순히 원정 출산만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적용 대상을 상당히 넓혔는데요. 외국 정부 공무원이나 외교관, 그리고 테러 단체 및 적성국 소속 인사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도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수정헌법 14조의 예외 조항을 확대 해석해 시민권 획득 경로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또한 부모 모두 미국 시민이 아닌 상태에서 원정출산이나 상업적 대리출산을 이용한 경우,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민권 인정 증명서 발급도 제한되며, 관련 부처는 30일 이내에 구체적인 시행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과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피해가며 규제 범위를 좁혀 재추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적 공방 불가피…중간선거 앞 정치적 의도도
물론 이번 행정명령도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백악관은 기존 법의 예외 조항을 확대한 것이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부모의 비자 문제를 이유로 아이의 시민권까지 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괌이나 하와이로 향하는 일반적인 태교 여행객들까지 입국 심사 강화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 언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한 반이민 정책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특히 중국 부유층의 원정 출산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생시민권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앞으로도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