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흔들리고, 극우는 질주
독일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최근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당(CDU)이 참패했는데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작센안할트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두며 베를린에서도 3위에 올랐습니다.
연정 과반이 12석 차이에 불과한 상황이라 메르츠 총리의 리더십은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사임을 거부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로 헨드리크 뷔스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총리가 조용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뷔스트
뷔스트는 선거 직후에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서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1979년 레데에서 태어나 10대 때 기민당에 입당한 그는 2005년 주의회에 입성한 뒤 2021년 주총리로 취임했고, 2022년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국 선호도 조사에서 메르츠 총리를 앞서기 때문입니다. 쾰른과 루르 지역의 올림픽 유치, 소셜미디어 활용, 어머니의 암 투병 등 개인적 이야기가 부드러운 이미지와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만 내년 4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에서 AfD가 루르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22%까지 치고 올라와 있어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됩니다.
유럽 전역을 덮친 극우 바람
이 흐름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개혁당이 지방선거에서 23.8%를 득표해 1,454석을 확보했고, 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권이 이미 자리 잡았습니다. 프랑스 국민연합도 내년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회적 불안과 분열이 커질수록 과거를 미화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정치가 유권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분석했습니다. AfD는 이민자 귀환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구호를 내걸었고, 영국 개혁당과 프랑스 국민연합도 자국 정체성 보호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나치 범죄에 대한 기억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AfD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학자 이반 크라스테프는 정치적으로 긴 20세기의 종말이라고 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