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관세, EU·日 15%인데 한국만 25%… 가격 경쟁력 '빨간불'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며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유럽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EU가 미국산 공산품 관세 철폐와 농산물·해산물에 대한 특혜 요구를 수용하는 입법 조치를 진행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이로써 일본에 이어 유럽산 자동차도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되었으나, 한국산 자동차만은 여전히 25%의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된 상황입니다.
미국의 단계적 무역 전략
이번 관세 조정은 미국이 무역 합의 내용을 한 번에 이행하기보다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U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반영한 입법안을 발표하며 관세 인하라는 결과물을 얻어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EU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 유럽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항을 포함한 추가적인 내용을 관보를 통해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은 9월 1일부터 일부 의약품 성분 및 항공기 부품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제네시스, 벤츠와 가격 경쟁 '진땀'
높은 관세율은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략하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의 경쟁에서 가격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만약 늘어난 관세 부담을 가격에 그대로 전가할 경우, 제네시스 차량의 가격이 벤츠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관세 인상분을 흡수하며 가격을 동결한다면,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가격 인상 없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환경 규제 강화, 이중고 우려
미국 시장에서의 불리한 관세 환경과 더불어, 국내 자동차 산업은 강력한 환경 규제 강화라는 또 다른 부담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일부 환경단체들은 2035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60%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동차 판매 추세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전기차 보급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산업 환경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목표치가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산업계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 역시 과도하게 높은 목표는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책 목표 설정 시 산업계와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확보 중요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세 격차가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럽산 고급차와 한국산 중소형차 간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등 경쟁국과의 실적 격차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미 수출 관세 격차가 장기화되면 일본 업계와의 실적 격차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를 감내할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 인하를 조속히 이끌어내는 동시에, 국내 환경 규제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설정하며 산업계와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고 속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혜로운 해법 마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