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 판자 대신 1km 다리가 열리다
북한 나선시와 러시아 하산시를 잇는 두만강 첫 자동차 전용 다리가 지난 7일 공식 개통되었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1959년에 만들어진 철도교 위에 나무판자를 까는 임시방편으로 차량을 오가게 했는데요. 이제 정식 도로망이 생기면서 하루 최대 300대의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다리는 2024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뒤, 지난해 4월 착공해 495일 만에 완공되었습니다. 길이는 약 1km의 왕복 2차선 규모이며, 소련군 장교 야코프 노비첸코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는 화상으로 참석한 준공식에서 이를 '우정의 상징'이자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며 양국 관계가 전례 없이 긴밀해졌음을 강조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러시아 측 국경검문소 표지판에 북한식 표기인 '로씨야 련방'이 아닌 '러시아 연방'이라는 남한식 표기가 사용된 것인데요. 이는 러시아가 한국어 표기를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관심을 모았습니다.
두만강을 건너는 시간이 줄어든 것 자체는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건 그 이면에 깔린 군사적 목적입니다.
군사 물류 통로 논란
우크라이나 탐사보도 단체 '트루스 하운즈'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이 다리가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는 물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70억에서 14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며, 러시아 내에서는 약 1만 1,000명의 북한군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다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장기전에 필요한 탄약과 병력을 수송할 직통 도로망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존 철도는 서로 다른 궤간으로 인해 환적이나 차량 바퀴 교환이 필요했지만, 자동차는 목적지까지 직접 달릴 수 있어 물류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이런 효율성은 군수품과 인력 이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양국은 교역과 관광 활성화를 공식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여객 운송까지 개방할 계획이라며 민간 교류를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입국이 허용된 바 있어 인적 교류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달라지는 동북아 지정학 지도
이번 다리 개통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동북아 지정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의 두만강 하류를 통한 동해 직접 출해 전략에 변수가 생겼는데요. 북한이 나진항 등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때, 중국의 직접적인 동해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북한 노동자 약 1만 명이 러시아 건설 현장과 벌목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이동과 물자 수송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의 기술과 자원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도 기대됩니다. 다만 러시아 내부에서도 북한과의 과도한 밀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전통적 파트너 국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변수입니다.
495일이라는 짧은 공사 기간은 북러 양국이 이 다리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 다리가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남을지, 아니면 군사 동맹을 뒷받침하는 물류 동맥으로 기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