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줄이고, 지중화 넓히고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송전망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문제는 그때마다 반복돼온 지역 갈등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15일 이를 풀기 위한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신설 철탑을 대폭 줄이는 겁니다. 기존 선로와 신설 선로를 한 철탑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국가기간망 2,169km 중 969km에 적용하면 계획됐던 4,723기에서 2,509기로 최대 2,214기, 약 40~47% 감축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신광주~신임실 구간에서만 62기를 줄이는 식이죠. 앞으로는 신설 선로를 기존 선로와 통합할 수 있는지를 우선 검토하도록 제도화할 방침입니다.
주민 밀집지역에는 지중화 카드를 냈습니다. 장성군, 대전 유성구, 군산, 청양, 세종, 청주 등이 우선 검토 대상이고, 신규 345kV 변전소 인출 구간 약 2km도 지중화를 우선 추진합니다. 내년 예산에 26억 원을 추가 편성하는 등 재정 지원도 병행하는 모습입니다.
마을에는 '햇빛소득'
가장 주목되는 건 '계통햇빛소득마을'입니다. 전력망이 지나는 지자체에 지급되는 km당 20억 원 지원금 중 3분의 2를 마을 태양광 설치에 우선 쓰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데요. 이를 통해 세대별로 연간 최대 300만 원 안팎의 소득이 생길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73km 구간 사업에서 주변 83개 마을에 1,074억 원을 배분해 마을당 860kW 규모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송전망 300m 이내 거주 시 지원액의 0.5배를 추가하고, 설명회를 3회로 늘리며, 입지선정위원회 회의의 주민 참관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등 절차 투명성도 강화했습니다.
반발은 여전한 숙제
정부는 14GW 이상의 신규 수요를 호남 반도체 산단 6GW, 동해 2.4GW, 울산 1GW 등 비수도권에 분산해 장거리 송전망 필요성 자체를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11월부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계통 토론회를 거쳐 사업 조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만 걸림돌은 뚜렷합니다. 345kV 선로의 지중화 비용은 지상보다 약 8배에 달해 한전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주민들은 수도권과 산업단지를 위해 지역이 일방적으로 희생된다며 지원금 중심 해법에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풀 수 없는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번 대책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