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71㎞, 터널을 가른 만취 질주
지난 2월 15일 새벽 0시 45분쯤, 경남 거제시 양정터널 2차로에서 제네시스 SUV 한 대가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의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운전자는 30대 여성 A씨였고,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171㎞에 달했습니다. 해당 터널의 제한속도가 시속 70㎞였으니 무려 101㎞를 초과한 셈입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3%로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넘겼습니다. 사고 전 4시간가량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충돌 여파로 모닝 운전자 B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결국 숨졌습니다. 미성년 자녀 둘을 키우던 40대 가장이었습니다. 옆 차로의 코나 승용차가 급정거하면서 20대 운전자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2년 6개월로 줄었습니다. 창원지법 형사3-1부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겁니다.
감형을 이끌어낸 것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합의였습니다. A씨는 1심에서 유족에게 1억 8천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했고, 항소심에서는 부상당한 20대 운전자와도 추가로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과 A씨에게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죄질의 무게는 인정하면서도 피해 회복과 처벌 불원이라는 양형 요소가 형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 겁니다.
다만 사고 전 이력이 눈에 띕니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거제의 한 도로에서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 점을 지적하며 실형을 선고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는 질문들
이번 판결을 두고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유족의 합의와 선처 요청이 형량에 결정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 만취 과속 사망사고의 실제 수감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대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피해자 중심 형사정책의 기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형벌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피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던 만큼 상고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릅니다. 두 아이를 남겨둔 채 사라진 가장과, 2년 6개월이라는 숫자 사이의 간극은 당분간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