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하나로 번진 외교 논란
2026년 8월 9일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에서 대만 대표단의 좌석이 외교사절단 구역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되면서 예상 밖의 외교 파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일 대만대표부는 이를 국가 존엄을 훼손하는 명백한 홀대로 규정하고 리이양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참석을 전격 취소했는데요. 대만 측은 TSMC의 구마모토 공장 투자나 과거 재해 지원 등 그동안 쌓아온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를 거론하며 이번 조치가 중국의 의지에 굴복한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나가사키시 스즈키 시장은 대만 측이 원래 원폭 피해자 대표 자격으로 참석을 희망해 해당 좌석을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심화된 중일 갈등과 일본-대만 간 전략적 연대 강화라는 복잡한 외교적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온 것입니다.
"대만은 국가가 아니다" 중국의 강경 입장
대만의 항의가 이어지자 중국 주일대사관은 즉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대만은 국가가 아니므로 국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는데요. 중국은 리이양 대표를 향해 분수를 모르고 존재감을 과시해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리 대표는 이번 좌석 배치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도미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히로시마 등 다른 일본 지방정부에도 중국이 동일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대만이 일본 각지에서 어렵게 구축한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양측의 대립은 단순한 추모식 좌석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외교 질서를 둘러싼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화의 날, 일본인 6할이 고수한 원칙
원폭 추모식이 열린 같은 시기, 일본 국내에서는 비핵 3원칙을 둘러싼 여론이 주목받았습니다. NHK가 성인 1,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 비핵 3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세계적인 핵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75%에 달했는데요. 사실 일본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보 3대 문서 개정 과정에서 핵무기 반입 금지 조항의 재검토가 거론되고 있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합니다. 반면 중도개혁연합이나 입헌민주당 등 야당의 합류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에 달해, 안보 논의에 대한 정치권의 신뢰도는 낮은 편이었습니다. 나가사키의 평화 기원과 함께, 일본인 대다수는 여전히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원칙을 고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원폭을 기리는 8월, 나가사키에서는 좌석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 대만의 외교적 신경전이 벌어졌고, 일본 국내에서는 비핵 3원칙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국제 갈등이 표면화된 셈인데요. 앞으로 일본이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외교적 균형을 찾아갈지, 그리고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비핵 3원칙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