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덮친 눈물과 진흙
2026년 8월 26일, 네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해발 5,200m 히말라야 빙하가 무너지면서 대홍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얼음과 암석이 뒤섞인 토석류는 순식간에 도로와 건물을 집어삼켰고, 커다란 버스와 트럭마저 떠내려갈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발생 2주가 넘은 지금도 누와코트 등 피해 지역에서는 실종자를 찾지 못한 유족들이 나무와 향신료를 태우며 가상 장례를 치르는 등 참담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색과 구호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긴급구호대 교대 파견을 이어가고 있으며,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도 육상 수색팀과 드론, 헬기를 동원해 실종된 한국인 9명을 찾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골든타임을 지킨 것과 놓친 것
이번 재난은 단순한 지진이나 홍수와는 다른 성격을 띱니다. 전문가들은 뜨거워지는 지구, 다시 말해 기후위기가 빙하 붕괴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0.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에 입은 피해는 GDP의 약 10%에 달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이번 재난은 기후 불평등의 뼈아픈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네팔 정부가 초기에 외국 구조대의 진입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2015년 대지진 당시 구호 혼선에 대한 트라우마와 신정부의 외세 의존 청산 의지가 작용했지만,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수색이 지연되면서 생명을 구할 결정적 순간을 놓쳤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입니다. 네팔 당국은 9월 1일이 되어서야 한국 긴급구호대와 일부 국가의 기술 지원을 받아들였습니다.
꺼지지 않는 화장터 불꽃
현재 네팔은 복구와 구호의 벽을 넘어 2차 재난의 그림자와도 싸우고 있습니다. 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임시 집라인에 의존해 물자를 옮겨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호 물품조차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중동 분쟁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LPG 가격이 폭등하는 등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네팔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닙니다. 기후·부채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손실과 피해 기금조차 실제 피해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6위이자 해당 지역 개발에 참여 중인 국가로서 일시적 구호를 넘어 산림복원 기술 지원과 엄격한 환경영향평가 등 근본적인 책임 이행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