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 쏟아붓는 60조 원, 피지컬 AI 시대가 온다
7월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이 던진 숫자가 화제입니다. 삼성은 영남권에 총 60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기존 제조업의 틀을 깨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투자는 구미와 울산, 부산, 거제 등 영남권 주요 도시에 고르게 배분되었습니다. 구미에는 19조 원이 투입되어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체계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울산에는 16조 원으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기지가 마련됩니다. 부산에는 AI 서버용 핵심 부품 생산 거점 조성에 15조 원, 거제에는 자율운항 기술을 결합한 첨단 조선소 건설에 10조 원이 각각 쓰일 예정입니다. 쉽게 말해 영남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AI 제조 단지로 묶겠다는 구상인 거죠.
사실 이번 발표는 삼성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같은 행사에서 SK텔레콤은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1GW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신공장에 제조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구체화했습니다. LG 역시 2030년까지 영남권에 9조 4천억 원을 투자하며 로봇용 광학 솔루션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이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이다 보니, 영남권이 단순한 제조 단지를 넘어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미에서 울산까지, 무엇이 달라지나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역별로 살펴보면 투자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구미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만들고 이를 훈련시킬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합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까지 신축하면서,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생산 거점이 AI가 지배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울산의 경우 조금 더 복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삼성SDI가 16조 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나서는가 하면, SK텔레콤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현대차는 전기차 공장의 AI화를 추진합니다. 이처럼 울산은 배터리와 자동차, AI 인프라가 어우러지는 복합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삼성전기가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과 MLCC 마더라인을 구축해 반도체 부품의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 계획이며, 거제에서는 삼성중공업이 AI 팩토리와 자율운항 기술을 접목한 자율형 조선소를 세운다는 구상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이와 관련해 제조업의 AI 전환과 로봇 기술 접목을 통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약 20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인센티브 지원 등 정부 차원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20만 일자리를 향한 길, 풀어야 할 숙제는
이처럼 거대한 투자 계획이 잇따라 나오면서 지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6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로 집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I의 경우 울산 투자 계획이 204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세부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이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기술적 완성도와 수요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제시한 로드맵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결국 민간의 대규모 투자 의지와 정부의 규제 개선, 인허가 지원이 속도를 내야만 20만 개 일자리라는 목표가 공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영남권이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실행 과정에서 확인될 것입니다. 다만 기업들이 동시에 영남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이 지역이 가진 산업 인프라와 잠재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