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속에 터져 나온 '호남 반도체' 논란
2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같은 시장 충격의 배경으로 이재명 정부의 기업 압박을 지목했는데요. 삼성과 SK의 팔을 비틀어 호남 지역 투자를 강제하고 있고, 이것이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이준석 대표의 비판은 단순한 야당의 공격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의 입지 결정은 전력, 용수, 송전망 같은 인프라가 우선인데, 정권의 표 계산이나 임기를 고려한 지역 배분은 반도체 산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특히 용인의 경우 첫 팹 가동까지 6년이 걸렸는데, 정치적 결정으로 인한 지연은 글로벌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대로 이번 투자가 기업의 자발적 결정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수도권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고, 호남 지역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풍부합니다.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 확보와 RE100 달성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셈이죠.
수백조 원 규모의 '국토 대전환' 윤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 지역에 최소 300조 원에서 최대 4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후공정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이제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팹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는데요. 이는 AI 시대를 대비한 생산 능력 확충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데 이어 25일에는 이재용 삼성 회장과 회동하며 투자 계획을 직접 조율했습니다. 29일에는 청와대에서 '국토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회의가 열리고, 이어 30일 광주에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를 '5극3특'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성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특별법을 통한 인허가 특례와 인프라 지원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SK그룹은 광주에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는 메모리 공급처와 AI 인프라를 인접하게 배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균형발전과 산업 집적 사이에서
이번 투자를 두고 지역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용인·평택·이천 등을 연결한 반도체 벨트를 유지해야 한다며 산업 분산에 강한 우려를 표했고, 이상일 용인시장 역시 기존 국책 사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새만금을 뛰어넘는 역대급 투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죠.
물론 호남 지역에 전공정 팹이 들어선다는 건 지방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동반 입주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니까요. 하지만 전문 인력 유치와 R&D 생태계 구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번 투자가 지역 균형발전의 이정표가 될지, 아니면 산업 경쟁력을 해치는 정치적 결정으로 기록될지는 인프라 구축 속도와 기업의 자율적 운영 보장 여부에 달려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