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108배
취업준비생이 만든 온라인 사찰이 사흘 만에 60만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박진원 씨가 AI로 만든 가상 공간 '산사'인데요.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인터넷 창만 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동자승 캐릭터가 맞아줍니다. 합장을 하거나 방석에 앉아 절을 올릴 수 있고, 염주를 굴리고 목탁을 두드리면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버튼 하나로 108배를 마치고 연못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길 수도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채팅 기능이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서로 말을 걸지 않고 각자 조용히 머무는 구조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왜 하필 절이었을까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박 씨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온 뒤 혼자 조용히 쉴 공간이 필요했고, 절에 가고 싶어도 시간과 기운이 없어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원하는 기능을 말로 설명하면 코드를 짜주는 AI 코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불교계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경륜 스님은 좋은 힐링 공간이 될 것 같다고 했고, 정우 스님은 이를 통해 인연을 짓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 위로를 얻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접속자가 몰리자 법당 방석은 20개에서 1만 개까지 늘었고, 대만과 베트남, 태국 등 해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100만 접속이 수익은 아니다
관심이 커지자 이름을 빌린 것들도 나타났습니다. 같은 이름의 밈 코인이 해외 블록체인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씨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긴급히 밝혔습니다. 성당과 교회, 사우나를 모티브로 한 가상공간까지 등장했고, 반려동물 온라인 추모관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접속자 수가 곧 사업성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메타 주가가 20일간 7.5% 빠진 것은 시장이 아직 메타버스의 부활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AI 패널 6명 중 4명도 이번 열풍을 일시적 유행으로 봤는데요. 조용히 쉬러 온 사람에게 광고나 추천을 들이미는 순간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일시적 유행 67%, 재부상 33%로 갈린 가운데, 앞으로의 관건은 신규 접속자보다 다시 찾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