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시장을 연 쾌거
한국의 K2 전차가 중남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현대로템은 12월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페루 육군과 ‘전차·장갑차 총괄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합의 내용은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 총 195대의 지상 장비를 공급하는 겁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국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됩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조립 공장 건설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페루는 2029년부터 라이선스 생산을 통해 자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부품 조달 비율을 3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축하하며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이 획기적으로 격상될 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럽 성공에 이은 글로벌 도약
K2 전차의 중남미 진출은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대규모 수출 계약에 이은 두 번째 주요 해외 수주입니다. K2 전차는 뛰어난 화력, 기동성, 방호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 그 가치를 입증한 상태였죠. 이번 페루 수출은 ‘K-방산’이 유럽에 이어 새로운 대륙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양국 정상 간의 외교적 협력도 있었습니다. 지난 APEC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루 대통령이 국방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 겁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정부 대표로 서명식에 참석한 점도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단순 판매가 아닌 현지화 전략
이번 계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포함한 ‘맞춤형 수출 전략’입니다. 현대로템은 페루 현지에 조립 공장을 구축하고 생산 공정의 일부를 현지화할 계획입니다. 이는 페루의 국방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기술력 향상에 직접 기여하는 모델이죠.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장비 수출을 넘어, 수입국의 기술 이전 요구에 부응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전략은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서 K9 자주포를 현지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 K2 전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페루 국영 조선소에 기술을 제공해 해군 함정 건조 사업에 참여 중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구매국의 자국 산업 육성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한국 기업에게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시장 고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향후 전망과 남은 과제
이번 총괄합의서 체결은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이행계약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가격 협상과 사양 조정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페루군의 요구에 따라 장비 사양이 일부 변경될 수도 있죠. 또한, 약속된 현지 공장 건설과 기술 이전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후속 조치가 중요합니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현대로템 주가는 소식 전후에 상승세를 보였고,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군비 지출 증가 추세와 맞물려 방위산업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의 중남미 진출 성공은 향후 같은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습니다. 페루와의 협력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인근 국가들로의 추가 수출 문이 더 활짝 열릴 공산이 큽니다.
한국의 방위 산업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상대국의 산업 발전까지 고려한 ‘솔루션 제공’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겁니다. 페루와의 이번 협력이 단순한 일회성 거래가 아닌, 상생하는 장기 협력의 모범 사례로 기록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