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8강에 오른 한국 야구 대표팀이 최종 관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상대는 조별예선에서 4전 전승, 41득점 13홈런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주 최강’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도미니카 공화국이죠. 객관적인 전력 비교만 보면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될 만한 격차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당시처럼 예상을 뒤집는 ‘투지’의 야구로 팬들을 감동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 역사적인 첫 맞대결에서 한국의 끈질긴 생명력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야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첫 맞대결
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은 WBC 본선에서 단 한 번도 맞붙은 적이 없습니다. 양팀의 역대 성적을 보면 한국은 2009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고, 도미니카는 2013년 우승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8강전은 그야말로 첫 만남인 셈이죠.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2승 2패, 마지막 호주전 승리로 간신히 8강 티켓을 따냈습니다. 반면 도미니카는 니카라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경기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매체들은 이 경기를 두고 이미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숫자로 보는 압도적 격차
전력 분석을 수치로 살펴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도미니카는 1라운드에서 팀 타율, 홈런, 득점, OPS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습니다. 타선에는 후안 소토(타율 0.333, 2홈런),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타율 0.462, 9타점)를 비롯해 메이저리그(MLB) 올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MLB.com은 이들을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위협적인 타자’라고 평했죠. 도미니카의 타선은 단순히 강력한 것을 넘어, 현재 대회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조합을 자랑합니다. 반면 한국은 선발 손주영의 부상 이탈 등 불운도 겪었고, 팀 타율은 도미니카에 크게 밀리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가진 유일한 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는 ‘단판 승부’라는 토너먼트의 특성입니다. 도미니카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짧은 토너먼트에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다”며 방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을 정도죠. 둘째, 한국에는 문보경(타율 0.538, 11타점)이라는 절정의 타자가 있습니다. 그의 활약은 1라운드 타점 신기록에 해당할 만큼 뛰어났고, 현지 매체들도 그를 도미니카 투수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팀이 가진 정신력입니다. 부상자 발생 속에서도 모자이크 선발진을 구성해 승리를 이끌어낸 노경은의 투구는 ‘한국적 투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적 유리함과 단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집중력이 한국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도미니카의 압도적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특유한 끈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앨버트 푸홀스 도미니카 감독도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한 만큼,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승부는 결국 한국 투수진이 도미니카 막강 타선을 얼마나 오래 묶을 수 있느냐, 그리고 문보경을 필두로 한 한국 타선이 초반부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