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이 불러온 납사 대란, 한국·일본 석유화학업계 위기 심화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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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5일 오후 6:19

발행: 2026년 3월 15일 오후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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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인해 한국과 일본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핵심 원료인 납사의 수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 위협과 유가 급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이미 중국과의 경쟁과 구조적 어려움을 겪던 업계에 타격이 더해졌습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대체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인 반면, 한국과 일본은 정부의 수출 제한 및 비축유 방출 등 긴급 대응과 함께 구조조정 가속화라는 중장기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이미 기울어가던 배에 빙산이 부딪친 격

중동 정세의 불안이 전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급등과 원유 수송로 차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납사'의 공급 경로가 위협받으면서, 양국의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미 한국의 여천NCC는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주요 화학사들도 잇달아 비슷한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미쓰비시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원자재 가격 변동을 넘섭니다. 한국과 일본은 납사 수요의 60~70%를 중동, 그중에서도 페르시아만에 의존하고 있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운송로가 막히면 공급 자체가 끊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유가 정보 업체가 '이미 기울어가던 배에 빙산이 부딪친 것'에 비유한 상황은, 두 나라 석유화학 산업이 최근 몇 년간 겪어온 구조적 어려움 위에 새로운 충격이 더해졌음을 잘 보여줍니다.

중국은 안전한데, 왜 한국과 일본만 위험한가?

같은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중국의 입지는 사뭇 다릅니다. 첫째, 중국은 자국의 대규모 정제 시설을 통해 원유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큽니다. 둘째,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입니다. 서방의 대러 제재와 무관하게 러시아를 안정적인 대체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죠. 게다가 이란이 위안화 결제 원유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중국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산 자원 조달에 제재로 인한 제약이 따릅니다. 결국 지정학적 긴장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가별 산업 생존의 조건을 갈라놓는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업계는 이미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원료 및 전력비 상승, 내수 시장 축소, 자국 통화의 약세 등 여러 구조적 악재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번 납사 대란은 이러한 만성적인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드러내며 업계의 내구력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구조조합의 가속화, 그리고 정부의 손길

위기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가장 즉각적인 조치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납사의 수출을 제한하고, 필요시 정부 비축유를 방출해 수급 차질을 막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공급 안정을 위한 필수 조치로 보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응은 이미 진행 중이었던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방향입니다.

한국은 작년 8월부터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생산 능력을 약 4분의 1 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미쓰비시케미칼, 미쓰이화학, 아사히카세이 등 주요 회사들이 에틸렌 생산 시설을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이번 위기는 과잉 설비와 약화된 수익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업계 내 외부의 압력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4월 중순까지 에틸렌 시설의 생산 감축이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비축유 방출이 일시적인 호흡구를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산업 생존을 위해서는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 향상,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같은 근본적인 전략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