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사라지는 서울 외곽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중랑구와 금천구 등 강북 및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위축이 심각한데요.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중랑구는 전년 대비 전세 물건이 79.3%나 급감했고, 금천구도 67.9%나 줄었습니다. 동대문구와 구로구, 노원구, 도봉구, 관악구 역시 50%가 넘는 감소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서초구나 강동구, 송파구 등 신축 및 재건축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오히려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입주 물량의 유무가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크게 좌우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임차인들은 대출을 무리하게 끌어다 집을 사는 영끌 매수를 검토하거나, 아예 서울 외곽으로 발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월세로 바뀌는 서울 주거 지도
전세가 줄어드는 대신 월세 거주 가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가통계포털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사이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69.7%에서 61.9%로 7.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월세 비중은 30.3%에서 38.1%로 상승했고, 월세 가구는 5만 가구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실 전체 임차 가구는 1만 7천 가구 정도 늘었는데, 전세 가구만 3만 가구 넘게 줄어든 셈입니다. 쉽게 말해 늘어난 수요는 전부 월세로 흡수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서울 주거 지도가 빠르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공급 위축을 키운 복합적 원인
이런 흐름은 한두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도권 입주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 심리도 위축되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조하면서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거나 직접 입주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당연히 시장에 나오던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8·13 신속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고 20년 이상 장기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도 도입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실제 시장에 자리 잡아 전세난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공급 회복과 정책 실효 사이의 시간차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