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들의 '아버지 같은' 이영철 씨, 58세로 별세
고려대학교 앞에서 25년간 1000원짜리 버거를 팔며 수많은 학생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장학금을 기부해온 이영철 대표가 지난 13일, 폐암 투병 끝에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부고 소식에 고려대 학생과 졸업생들은 물론, 그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부고장에는 1200건이 넘는 조문 메시지가 쏟아졌고, 안암동에 있던 그의 가게 앞에는 조문객들의 꽃다발과 추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는 단순한 버거 장사꾼이 아니라, 한 대학 공동체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영철 장학금'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학교 측은 장례비 전액을 지원하고, 안암캠퍼스 내에 기념패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무일푼에서 시작한 1000원 버거의 신화
이영철 씨의 이야기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퇴 후 중국집, 군복 공장, 막노동 등 힘든 일을 전전하던 그는, 2000년 무렵 신용불량자 상태로 손수레에 버거를 싣고 고려대 앞에 나타났습니다. 단돈 2만 2천원으로 시작한 '영철버거'는 핫도그 빵에 고기볶음과 양배추를 듬뿍 넣은 '스트리트 버거'였죠. 당시 IMF 위기를 겪으며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구세주와 같았습니다.
사업은 순식간에 확장되어 2005년에는 40개가 넘는 가맹점을 운영하는 성공 신화를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성공은 규모가 아니라 신념에 있었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적자가 나더라도 그는 1000원이라는 가격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돼지고기를 등심으로 바꾸고, 양배추와 청양고추 값이 폭등하는 시절에도 가격 인상을 거부했죠. 그에게 1000원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어려운 학생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학생과의 특별한 유대, 주고받은 사랑
이영철 씨는 학생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돌렸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2000만 원씩 고려대에 장학금을 기부해 '영철 장학금'을 만들었고, 정기 고연전이 열릴 때마다 수천 개의 버거를 무료로 제공하며 함께 축제를 즐겼습니다. 그의 가게는 배고픔을 채우는 곳을 넘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이 특별한 관계는 2015년, '영철버거'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려대생들은 '비긴 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라는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고, 2579명의 학생이 참여해 목표액을 훨씬 넘는 6800여만 원을 모았습니다. 이 모금으로 가게는 재개업할 수 있었고, 그는 감사의 뜻으로 '돈 워리(Don't worry)' 메뉴를 새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정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남긴 유산과 지속될 기억
그의 삶은 경제적 성공보다 인간적 가치를 보여준 본보기였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학생들과 공감하며 서로 심적으로 의지가 되었다"며 장학금 기부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폐암 투병 중에도 버거 가격을 올리지 않은 그의 모습은, 변치 않는 신념을 보여주었죠.
고려대학교가 장학금을 신설하고 기념패를 설치하겠다는 발표는 그의 정신을 공식적으로 기리겠다는 의지입니다. 많은 졸업생들이 SNS와 커뮤니티에 "배고플 때 찾았던 그 버거와 따뜻한 미소를 잊지 못하겠다"며 추모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지켜온 1000원의 약속과 나눔의 실천은, 이영철 씨가 고려대와 한국 사회에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값싼 음식이 아닌, 공감과 나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오랫동안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