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연체액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통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22%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말 0.18%와 비교하면 0.04%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문제는 대출 규모보다 연체액의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입니다. 5대 은행 마통 잔액은 지난해 말 39조 9천억 원에서 43조 3천억 원으로 8.5% 늘어난 반면, 연체액은 같은 기간 711억 원에서 947억 원으로 무려 33.2% 급증했습니다. 잔액 증가율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연체액 증가율은 가계부채 건전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일반 신용대출에서도 연체율이 0.35%로 상승하며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년과 고령층에 쏠린 부실 위험
연령별로 보면 연체는 특정 계층에 집중된 모습입니다. 20대 이하 청년층의 마통 연체율은 0.33%로 전체 평균보다 0.11%포인트 높았고, 60대 이상 고령층은 0.37%로 0.15%포인트나 웃돌았습니다. 반면 30대와 40대는 0.19%, 50대는 0.21%로 평균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이후 증시 활황기에 몰렸던 빚투 수요가 주가 조정과 맞물리면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증권 담보대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요.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을 담보로 한 대출 잔액 2조 9천억 원 가운데 60대 이상이 63%인 1조 8천억 원을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반대매매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층은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고령층은 은퇴 후 상환 여력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 손실이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구조가 뚜렷합니다.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지는데
가계대출 규모 자체도 빠르게 불어나 은행권의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두 달 연속 4조 원 이상 증가하며 올해 목표치를 1조 원 초과한 상태입니다. 이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신용대출 심사 강화, 대출모집인 채널 제한 등으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겹치면서 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본격화하면서 금리 수준을 떠나 실제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 다시 말해 대출 한도 자체가 시장의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종욱 의원은 이런 상황이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채 전반의 부실로 번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며 금융당국의 면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