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3,768달러가 사라진 곳
지난해 전 세계 9개 핵보유국이 핵무기에 쏟아붓은 돈은 총 1,1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2조 원에 달합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인데요. 이는 전년보다 168억 달러 늘어난 역대 최대 금액입니다.
미국이 692억 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나머지 8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북한은 6억 5,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썼는데 전년보다 4%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처럼 지난해 핵무기 예산을 줄인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ICAN은 이 돈이 초당 3,768달러씩 핵무기 개발과 유지에 쓰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루치 지출이면 200만 명의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규모인데, 의료나 기아 해결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가 아닌 핵무기에 집중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60기·중국 급증, 아시아 핵 판세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올해 연감을 보면 북한의 핵탄두 보유 추정치는 작년 50기에서 60기로 상향되었습니다. 1년 만에 20%가 늘어난 셈인데, 실제로 90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매년 10~2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중단-축소-폐기' 3단계 구상을 바탕으로 단계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중국 역시 핵탄두를 작년 600기에서 올해 620기로 늘렸습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수는 이미 미국과 러시아를 넘어섰으며, 2030년에는 핵탄두 1,000기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핵 능력이 동시에 빠르게 커지면서 아시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무너지는 군축 질서와 불안한 미래
전 세계 핵탄두 총수는 1만 2,187기로 전년보다 54기 줄었지만,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노후 탄두를 해체한 결과일 뿐입니다. 오히려 실전에 배치하거나 비축 중인 탄두는 131기 늘어난 9,745기로 증가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군비통제 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뉴스타트 조약이 올해 2월 만료되었고, 지난달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도 3회 연속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ICBM까지 공개하며 핵 역량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 고도화가 안보 논의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학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핵무장 실행 로드맵을 담은 연구가 잇따라 나오며, 단순 찬반을 넘어 실제 전략 수립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핵 군축을 위한 다리들이 하나둘 끊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