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이 심각한 전력 소모와 인력 한계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해역에 9개월 가까이 머물며 현대 미 해군 최장기 해상 체류 기록을 세운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상황은 어느 정권이든 피할 수 없는 전쟁의 후유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승조원들의 정신건강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무기 재고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다 위 9개월, 세계 최강 항모의 뒤틀린 현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샌디에이고를 떠난 뒤 올해 7월 오만에 기항하기까지 208일 연속으로 바다 위에 머물렀습니다. 5천 명의 승조원은 당초 5월 복귀를 기대했으나 두 차례나 일정이 밀리면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식사는 쌀 반 컵과 토르티야 두 장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곰팡이 핀 샤워실과 고장 난 화장실은 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지난 8월 초에는 수병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겨우 구조되었으며, 가족들 사이에서는 여러 차례의 투신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승조원은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극심한 절망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기간의 고립과 열악한 환경이 결코 견딜 만한 수준을 벗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무기고와 식탁이 함께 바닥난 전장
병력의 한계와 맞물려 미군의 무기 재고도 위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MQ-9 리퍼 무인 공격기는 보유량의 25%인 45대 이상이 손실되었고,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는 1,700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더욱이 핵심 방공 체계인 사드 요격미사일의 80%가 소진되면서 핵심 전력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 국방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승조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보도를 "완전한 사실 왜곡"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병들의 한계 상황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을 떠나는 항모, 열리는 전략적 공백
결국 미군은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던 조지워싱턴함을 중동으로 급파해 링컨함과 교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이동으로 미국이 필리핀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태평양 지역에 전력 공백이 생기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직접적인 여지를 주게 됩니다.
게다가 항모 정비 일정이 밀리면서 미 해군 전체의 준비태세를 회복하는 데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란전이라는 한 개 전장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쏠리면서 전 세계 안보 지도에 연쇄적인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입니다. 전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미군은 분명 장기전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