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AI 기술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AI 메모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터보퀀트’ 알고리즘 발표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들이 연일 급락했고, 코스피 지수는 3% 이상 추락하며 5,300선 아래로 밀렸습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불안,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맞물려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만 26조 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자금을 철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4,000억 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바이오, 로봇 등 성장주로 눈을 돌리는 이색적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시장의 우려
터보퀀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대화 중 이전 내용을 기억하는 ‘KV 캐시’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기술입니다. 구글은 이 기술이 성능은 유지한 채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연산 속도는 최대 8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죠. 문제는 이 발표가 ‘AI 확장 = 메모리 수요 급증’이라는 시장의 기존 공식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 하드웨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탔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8%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5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7%, 6.2% 하락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엇갈리는 분석, ‘제번스의 역설’ 대 ‘패닉 셀링’
이번 하락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증권가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메모리 수요 감소를 우려하며 반도체 업황의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봅니다. 키움증권은 동일한 메모리로 더 긴 대화 처리가 가능해지면 데이터센터 수요 기대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죠.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이번 흐름을 과도한 ‘패닉 셀링’으로 진단합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기술 발전이 오히려 AI 시장의 파이를 키워 총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제번스의 역설’ 관점을 제시합니다. 효율이 좋아지면 비용이 낮아져 망설이던 기업들도 AI를 도입하게 되고, 결국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과거 딥시크 쇼크도 일시적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 기술이 악재로 단정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코스피를 떠나는 자금, 코스닥으로 눈을 돌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소동 속에서도 자금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대형주, 특히 반도체에서 26조 원이 넘는 순매도를 하는 동시에, 코스닥에서는 알지노믹스, 파마리서치 같은 바이오주와 에스피지, 고영 같은 로봇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코스닥 육성 정책과 액티브 ETF 시장 확대, 연기금 벤치마크 변화 등 제도적 지원이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장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서며 3조 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초점이 코스피의 ‘메모리’에서 코스닥의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의 조짐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