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만든 역대급 실적
국내 정유 4사가 지난 상반기에만 총 1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눈에 띄는 실적 회복을 보였습니다. GS칼텍스는 2분기 영업이익 2조 5,50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GS 지주사 역시 같은 기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 7,174억 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253%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달성했는데요.
이번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 정제마진을 크게 끌어올렸고, 이것이 정유사들의 수익성 회복을 이끌어낸 핵심 동력이 됐습니다. SK에너지와 S-OIL,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업황 개선을 함께했습니다.
정제마진과 윤활유가 견인한 성장
정유 부문의 실적은 정제마진 강세와 재고평가이익 확대가 이끌었습니다. 2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24.7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훌씬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GS칼텍스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2조 1,993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44%나 늘었고, 설비 가동률은 85%를 기록했습니다.
윤활유 부문은 더욱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150N과 500N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각각 배럴당 138달러와 141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이 덕분에 GS칼텍스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약 5배 급증한 3,577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베이스오일 설비 가동률을 95%까지 끌어올린 점도 수익성 극대화에 한몫했습니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납사 가격 상승분 반영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GS칼텍스 석유화학은 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발전 자회사들 역시 전력도매가격 하락과 가동률 저하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웃지 못하는 이유와 불확실한 하반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하반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상반기 이익 상당 부분이 저가로 도입한 원유를 고가에 판매하며 발생한 재고 관련 이익에 기반하고 있어서인데요. 유가가 하락할 경우 비싼 원유를 싸게 팔아야 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일시 해소되며 일부 기업의 재고 이익이 급감한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나 아프리카산 원유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부담과 물류비 증가라는 새로운 과제도 생겼습니다. 국내 정유시설 대부분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되어 있어 성상이 다른 원유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용선료와 보험료 부담도 커졌습니다. 정부의 운임 차액 지원이 종료된 점도 비용 측면에 부담을 주고 있고요.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일시적 재고효과의 소멸 여부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향후 실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