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원 잠수함 사업, 나토 동맹 벽 앞에 멈춘 K-방산
캐나다 정부가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선정했습니다. 한국의 한화오션은 막판까지 TKMS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최종적으로는 고배를 마셨는데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조차 두 업체 모두 자격을 충분히 갖췄고 결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밝힐 만큼 접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K-방산이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였습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원팀을 구성해 캐나다 현지 20여 개 기업과 협력망을 구축하고, K-9 자주포 공장 설립과 수소차 협력 등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도산안창호함을 현지에 파견해 장기 항행 능력을 직접 보여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죠.
성능과 가격은 넘었지만, 전략적 선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다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이 밀린 결정적 이유는 기술력이 아니라 지정학적 환경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과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 비중의 상당 부분이 산업적 효과와 외교·정치적 요소에 쏠려 있었다고 분석하는데요.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독일이 갖는 상호운용성과 안보 동맹의 신뢰는 한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벽이었습니다.
캐나다가 원했던 잠수함의 성격도 한국과 달랐습니다. 캐나다는 북극 얼음 밑에서 작전이 가능한 은밀 지역방어형 잠수함을 필요로 했는데, 독일의 212CD가 이에 적합했던 반면 한국의 KSS-III 배치-II는 대형 원양 타격형 플랫폼으로 설계 개념이 달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안보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캐나다가 유럽과의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추진하려는 전략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이번 경쟁을 통해 K-방산의 기술적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은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결선에 진출했고, 납기 능력과 가격 경쟁력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예비 공급업체로 남은 불씨와 다음 도전을 향한 과제
수주는 실패했지만 한화오션에게 완전히 문이 닫힌 것은 아닙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업체로 지정해두었는데요. 유럽 방산업계가 현재 다수 사업을 병행하며 생산 병목을 겪고 있어, 향후 2년간의 협상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경험이 향후 K-방산에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는 성능만으로 수주가 결정되지 않으며, 안보 공동체와의 연계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나토 회원국들과의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연구와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단순한 위안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 등 잠재 시장 공략을 위한 레퍼런스는 확보했지만, 나토 공급망 진입을 위한 외교적 기반 다지기와 첨단 기술 고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K-방산의 다음 도전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