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선반영된 금리 인상, 증권업 직접 타격은 제한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금융권의 시선이 증권업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운용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 인한 즉각적인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금리가 이미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증권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3조 8천억원의 채권 운용 손실을 미리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자산 포트폴리오 구조의 변화도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증권업의 총자산 중 채무증권 비중은 2016년 48%에서 올해 1분기 말 29%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채권 의존도가 줄어든 만큼 금리 상승에 대한 민감도도 과거보다 완화된 상태입니다. 물론 AI 투자 확대와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변수 등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다른 시계
금리 인상의 여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일반기업여신과 모험자본 투자 규모를 키운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이는 곧 익스포저 건전성 저하와 평가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확대와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의 모험자본 의무 신설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 만큼, 대형사들의 자산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위탁매매와 주식 운용 실적으로 IB와 부동산금융 부진을 메워왔지만,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변동 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후순위채 등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가중됩니다. 심지어 조달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고위험 익스포저에 대한 투자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투자 심리와 부실 관리가 관건
결국 이번 금리 인상은 증권업에 단기적인 폭격이 아닌, 서서히 스며드는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채권 평가 손실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지만, 기업 여신과 모험자본 부실화라는 잠재적 리스크는 본격적으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심리 위축이 동시에 몰려오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인지, 아니면 추가 상승의 서막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증권업이 과거와 같이 채권 손실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입니다. 향후 수익성과 건전성을 가를 결정적 변수는 부실 자산 관리와 시장 변동성 속에서의 리스크 선별 능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