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의 절규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웡 푸 코트'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128명이 목숨을 잃었고, 150여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32층 고층 건물 전체를 휩쓴 불은 43시간 만에야 완전히 꺼졌지만, 건물 잔해 속에서 추가 사망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홍콩 전역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는 1977년 이후 77년 만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건물 화재로 기록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600여 명의 수색·구조대가 실종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심하게 훼손된 시신들로 인해 신원 확인 작업에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40여 구의 시신만 신원이 확인된 상태로, 가족들은 경찰이 제공한 사진을 통해 실종 가족을 확인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화재 원인을 둘러싼 의혹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전통적인 대나무 비계가 화재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원인은 창문 보호를 위해 사용된 스티로폼이라고 지적합니다. 홍콩 건설산업노동조합 회장은 "대나무 비계는 안전 기준을 지키면 쉽게 발화하지 않는다"며 "가연성이 높은 스티로폼이 화재를 키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건물 전체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620억 원이 투입된 보수 공사 과정에서 안전 관리가 극도로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시민들은 정부가 부실한 안전 관리를 감추기 위해 대나무 비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공사 관계자와 회사 임원 등 11명을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
정치적 갈등의 그림자
이번 참사는 정치적 파장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2019년 '노란 우산 혁명'과 같은 반중 시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홍콩 국가안보공서는 "일부 세력이 재난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채우려 한다"며 허위 정보 유포와 정부 비방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홍콩 당국은 화재 관련 선동 혐의로 남성 1명을 체포했습니다. 해당 인사는 이재민 지원, 공사 감독 시스템 조사,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청원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19년 시위 당시 제기된 요구사항과 유사해 당국의 경계심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아픔
화재 현장에서는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 도우미들의 희생이 특히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에 따르면 자국 가사 도우미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으며, 필리핀인 19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한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감싸 안고 버티다 구조됐지만, 현재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에는 인도네시아인 119명, 필리핀인 82명 등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적 행동은 온라인에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홍콩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회복을 향한 긴 여정
홍콩 당국은 사흘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700명 이상의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를 운영 중입니다. 공공주택 1,800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의 협소함과 제한된 거주 기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건물 복구에는 최소 2년에서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주거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편, 홍콩 시민들과 국제 사회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드래곤은 1억 88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했고, '2025 마마 어워즈'에서는 저승사자 콘셉트의 '사자보이즈' 무대가 희생자들을 배려해 취소되는 등 문화계에서도 적극적인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픔 속에서도 홍콩 시민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공동 회복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