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재판, 하나의 법정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각각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일명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사건)로, 김 여사는 알선수재 혐의(일명 ‘매관매직’ 사건)로 각각 첫 공판에 임한 건데요. 두 사람이 같은 날 법정에 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이지만, 교정 당국의 조치로 서로 마주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14일이면 상황이 바뀔 전망입니다.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며, 구속 이후 처음으로 부부가 같은 법정 안에서 대면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대가성’ 입증
두 사건의 핵심은 모두 ‘대가성’ 입증에 달려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측은 첫 재판에서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금거북이, 고가 시계 등 일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분에 따른 답례”나 “당선 축하 선물” 이었을 뿐, 공직 청탁과의 대가 관계는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는 과거 ‘통일교 샤넬 가방’ 사건 당시와 유사한 방어 전략으로 읽힙니다. 반면 특검은 김 여사가 2억 9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기업인 등의 청탁을 들어줬다고 보고 있으며, 재판부도 현재 공소장만으로는 대가관계 설명이 미흡하다며 특검 측에 구체적 증거 보완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는 ‘무상’ 제공의 성격이 쟁점입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021년 6월부터 약 9개월간 58차례, 약 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용역 기부’에 해당하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고 있죠.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무상 차량 지원을 받은 사례의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대통령 측은 명 씨와의 계약 사실이 없고, 여론조사가 자발적으로 제공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향후 재판의 향배와 파장
앞으로 재판은 두 가지 축에서 급물살을 탈 것입니다. 먼저 김건희 여사의 ‘매관매직’ 재판에서는 특검이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어떤 추가 증거로 대가관계를 입증해낼지가 관건입니다. 공여자 중 한 명인 이봉관 회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상태라, 그의 법정 진술이 어떻게 활용될지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더 큰 변수는 다음 달 예정된 증인 신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김 여사가 증인으로 서게 되면, 구속 이후 처음으로 부부가 법정에서 맞닥뜨리게 됩니다. 김 여사는 동일한 ‘무상 여론조사’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그녀의 증언이 윤 전 대통령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검은 두 사건에서 부부의 공모 관계를 주장하고 있어, 김 여사의 증언이 공모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재판과 병행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