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한 이유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두고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시민의 63.9%가 용산공원 내 공공주택 공급에 반대한다고 답했는데요. 성별과 연령,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반대가 우세했으며, 특히 30대와 동남권 거주자들의 반대 비율이 각각 67.1%, 70.3%로 높았습니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기적인 주택난 해결을 위해 미래 세대의 공원을 훼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응답자의 81.2%가 이 같은 취지로 답했고, 토양오염 정화 등으로 인해 신속한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우려도 42.3%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찬성하는 시민도 있었는데요.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 응답이 69.3%로 찬성층의 가장 큰 이유로 꼽혔습니다.
정부와 서울시, 팽팽한 기준 차이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공원 활용을 두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건물이 들어섰거나 녹지 기능이 훼손된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자는 입장인데요.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 본체부지의 일부라도 주거 용도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이곳이 120여 년간 외국 군대가 주둔했던 역사적 공간인 동시에, 기후 위기 시대에 서울 도심의 숨통이 되어 줄 필수적인 녹지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토양 정화에만 최소 7년에서 10년이 소요될 수 있어서, 당장의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할 신속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설 경우 교통 혼잡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되는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는데요. 박물관 측은 이곳에 주택이 들어설 경우 남산 조망권이 훼손되고 박물관의 공간적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안은 주변에 있는데
서울시는 공원을 보존하면서도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 가구를 착공해 약 8만 7천 가구의 순증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인데요. 또한 탄천물재생센터처럼 도시기반시설을 이전한 부지를 활용하고, 기숙사형이나 공유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청년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측에서도 국군재정관리단이나 외교부 주차장, 한국은행 생활관 등 용산공원 주변의 국유지를 대체부지로 검토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부지들을 모두 활용해도 공급 물량은 수천 가구 수준에 그쳐서, 용산공원 본체를 활용했을 때와는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이 계획이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며,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주택을 더 짓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심 녹지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주거난을 해결할 것인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