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2026년 7월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연간 목표치의 약 80%를 상반기에 이미 소진한 상태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9일 기준 648조 원을 기록하면서, 남은 여력이 95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강수를 두었고, 신한·하나은행 등 타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하거나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하며 잇따라 대출 문을 좁히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입니다.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신용대출이 약 2조 9000억 원 증가하며 주담대보다 4배 빠른 속도로 불어났습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두 달 만에 4조 원 넘게 늘어나며 증시 투자 목적의 '빚투' 수요가 대출 급증의 핵심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방은행과 풍선효과
시중은행의 대출 빗장이 잠기자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부산·경남·광주·전북·iM·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을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점검했고, BNK부산은행과 광주은행 등도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하거나 신용대출 한도를 강하게 제한하는 등 선제적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출 한도가 줄어난 수요자들은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구리, 남양주, 화성 동탄, 용인 기흥 등 수도권 외곽 비규제지역의 매입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9% 폭증했고, 정부는 화성 동탄·용인 기흥·구리를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대응에 나섰습니다. 결국 대출 규제가 피규제지역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정치권 논란과 실수요자 피해
대출 한도 축소 조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KB국민은행이 'JM재명은행'으로 간판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하며, 이미 계약을 마친 입주자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죠. 반면 정부와 여당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완화책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다만 당장의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잔금 납부를 앞두고 대출이 막힌 매수자들이 계약금을 잃을 위기에 처하거나, 고금리 P2P 대출을 찾아야 하는 사례가 잇따릅니다.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정책적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