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위 흑자, 또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대인 6월의 497억3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인데요. 3개월 연속 400억달러를 웃돌았고, 2023년 5월 이후 39개월 넘게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8월 누적 흑자는 279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6억7000만달러의 약 4배에 달합니다. 한은은 남은 4개월 동안 월평균 426억달러만 기록하면 연간 4500억달러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9월 반도체 수출이 603억달러로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달성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입니다.
견인한 건 반도체, 그리고 AI
흑자의 대부분은 상품수지에서 나왔습니다. 8월 상품수지 흑자가 46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출은 1048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2.1% 급증했는데요. 반도체 수출이 206.1% 늘었고 SSD를 포함한 컴퓨터 주변기기는 366.8% 폭등했습니다. 가격과 물량이 동반 상승한 가운데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승용차 수출은 30.1%, 선박은 45.2%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비스수지는 16억8000만달러 적자였지만 수출 운임 상승으로 운송수지 흑자가 확대되면서 적자 폭이 줄었고, 본원소득수지는 19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숫자 뒤의 그림자
금융계정에서는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가 166억달러 증가해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해외 채권 투자가 64억4000만달러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였는데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도체가 수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한편 석유화학이나 일반기계 등 다른 산업은 물량이 줄고 있고, 가계부채와 연체율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은 역시 4분기 대규모 배당 지급과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성을 하방 변수로 꼽았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가 연간 전망치 달성, 나아가 한국 경제의 외향을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