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미·일 통화 공조
달러당 164엔까지 밀린 엔화를 떠받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았습니다. 일본은 지난 7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총 13조 7,800억 엔을 투입했는데요. 30일 하루에만 8조 4,500억 엔이 쏟아져 일일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뉴욕 연은을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공조했는데, 양국이 함께 엔화를 사들인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의 일입니다. 개입 직후 엔화는 157엔대까지 급등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채 39조 달러 넘어선 미국의 복잡한 셈법
이번 공조의 배경에는 미 국채 시장 안정이라는 미국의 고민이 있습니다. 2026년 7월 말 기준 미 국채 잔액은 39조 8,000억 달러에 달하며, 일본은 1조 1,4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최대 외국 채권국입니다. 일본이 국채를 매도해 자금을 마련했다면 금리가 급등하며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졌을 겁니다.
이에 일본은 연준의 'FIMA 레포'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이 제도를 통해 일본은 시장에 국채를 내다 팔지 않고도 엔저 방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우정의 신호'라 칭했는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채 금리 상승을 막으려는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효과는 일시적? 시장의 시선은 일본은행에
시장은 당장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한 이번 엔화 강세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엔화 가치는 개입 이후 일부 되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일본이 추가 개입을 이어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 당좌예금 잔고 전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결국 엔화 가치의 지속적인 방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없이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달러가 장중 반등한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양국 통화당국의 움직임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