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6년간 유지해 온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이 제도는 불공정행위 의혹이 있어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도록 막아왔는데요. 이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국민이나 사업자가 직접 고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입니다. 이는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핵심 개혁 조치로 풀이됩니다.
도입 취지와 쌓인 비판
전속고발권은 1980년 도입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경제 사건의 복잡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공정위 같은 전문 기관이 고발을 전담하면 행정 부담이 줄고 일관된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죠. 쉽게 말해, 악의적인 고발이나 수사 과잉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위의 ‘자의적인 고발 결정’이었는데요.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아무리 뚜렷한 불공정행위라도 형사 처벌의 문이 닫혀버리다 보니, 공정위의 판단에 모든 것이 걸리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공정위의 고발이 너무 느리거나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개편안의 두 가지 축
이번에 추진되는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국민과 사업자에게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다만, 무분별한 고발 남용과 기업에 대한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국민 300명 이상, 또는 사업자 30개 이상이 공동으로 고발해야 비로소 공소가 제기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둘째는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겁니다. 현재 검찰, 감사원 등 4개 기관에만 부여된 ‘고발요청권’을 사실상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방정부에 고발권 부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부분이 여기에 반영된 모습입니다.
남는 논란과 해결 과제
당연히 개편안을 두고 논란과 우려도 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고발 남용’으로 인한 기업 활동의 위축입니다. 경쟁사가 악의적으로 모여서 고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은 끊임없는 수사에 시달려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미 일부 국무위원들도 조사 및 수사의 중복으로 중소기업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공정위의 전문성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거래 사건은 경제와 법을 함께 이해해야 하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일반 국민이나 타 행정기관이 이 복잡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겁니다. 이에 대해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국민 고발권 확대와 함께, 현재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 규정을 과징금 등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경제형벌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의 성패는 ‘감시의 확대’와 ‘기업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찾는 데 달려 있습니다. 46년 된 제도를 뜯어고치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장치를 더해가는 과정이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