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또 역대 최대, 반도체가 이끈 9월 초순
2026년 9월 초순의 수출 성적표가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습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350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6%나 급증한 수치이자, 월별 초순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46억 달러로 20.7% 늘었지만, 수출 증가 폭이 훨씬 컸고요. 결과적으로 무역수지는 10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습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건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0.1% 급증한 16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수출의 47.1%를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반도체 한 품목이 전체 수출의 거의 절반을 책임지는 셈인데요, 이는 1년 전보다 비중이 23.9%포인트나 늘어난 겁니다. 덕분에 올해 누적 수출액은 벌써 7,285억 달러를 넘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돌파했고, 연 1조 달러 시대 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주요 품목과 국가에서 고른 성장세
반도체 외에도 여러 품목이 힘을 보탰습니다. 석유제품 수출은 57.0%, 선박은 66.8% 각각 늘었고, 승용차와 철강 제품도 10% 안팎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정밀기기만 4.8% 감소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전방위적인 호조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도 고른 성장이 두드러졌는데요. 대만으로의 수출이 176.0%로 가장 큰 폭을 보였고, 미국과 중국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0%가 넘는 급증세를 나타냈습니다. 베트남과 유럽연합으로의 수출도 각각 42.2%, 38.9% 늘며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은 안정적인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반도체 비중이 47%에 달하는 만큼, 한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은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저앉은 반도체주식
재미있는 건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를 경신했음에도 주요 반도체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9월 11일 삼성전자는 3.53%, SK하이닉스는 2.21% 밀렸고, 관련 소부장 업체들의 낙폭은 더 컸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역설적인 흐름에 대해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합니다.
우선 이번 수출 호조가 어느 정도 예상됐고, 주가에 이미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월간 전체로 보면 10일 단위 데이터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요. 더 큰 변수는 금리입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에 부담을 주고, 이는 AI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다음 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잠정 실적 발표가 주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1, 2분기 대비 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시장의 실망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