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기대와 냉정한 현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정상회담 만찬에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과 시 주석의 대화, 김영배 위원장의 SNS 발언 등이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면서죠. 하지만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곧바로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한령이 더 이상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중국 내부의 문화 통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합니다.
변질된 규제의 성격
한한령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2020년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중국 공산당의 사회·문화 통제 장치로 진화했는데요. 결정적 계기는 2021년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3'에서 비롯됐습니다. 시청자들이 음료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대량 구매해 투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당국은 팬덤 문화의 조직적 힘에 경악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팬덤 활동 자체를 체계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죠.
구체화된 통제 시스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2021년 8월 본격적인 팬덤 규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연예인 인기 순위 작성 금지, 댓글 조작 및 순위 조작 금지, 팬 계정 인증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케이팝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팬덤 경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들입니다. 중국 당국은 팬덤 문화가 사회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공산당 외부에 독자적인 조직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 규제들은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미국, 일본 그룹의 공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외국 문화 콘텐츠 전반에 대한 통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협력의 방향
전문가들은 이제 한한령 해제에만 매달리기보다 현실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 제한은 이미 완화된 상황이고, 영화나 드라마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더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안보 관련 사안은 논의를 통해 해결하고, 가능한 분야에서는 협력을 추진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확인했는데요.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샤오미 휴대전화를 선물한 것도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위한 신호로 읽힙니다. 중국 내부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한한령 해제만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접근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측이 구체적인 협력 아이템을 준비해 다음 정상회담에서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