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와 청와대의 정면충돌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조 대법원장이 손봉기, 김성수 두 후보를 제청한 뒤 청와대가 손 후보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청와대는 손 후보가 대통령과 실질적 협의 없이 제청됐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문서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난 22일 거부했습니다. 재제청을 인정할 실정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과, 대통령의 임명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겁니다.
서로 다른 해석, 서로 다른 책임
청와대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대법관을 앉히는 것이 사법부 독립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뒤 반년 동안 후보를 제청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빠른 재제청 절차를 요구했는데요. 여권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권을 노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고, 조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냅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제청 요구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고 국회의 동의권까지 가로막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철회와 손 후보 임명동의안 제출을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김효은 대변인은 청와대 요구를 수용하면 사법 붕괴의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며 대법원장을 제청 자판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남은 쟁점과 전망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오는 10월 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제청 거부 이유를 직접 설명할 예정입니다. 대법관 한 명이 연간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만큼 공백이 길어지면 재판 지연 우려도 커집니다. 사법 독립과 삼권분립의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치권과 사법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