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사임 발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7년 2월 7일 자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11월 취임해 8년 임기를 채울 예정이었지만, 약 9개월 앞당겨 사임하는 겁니다. ECB는 29일 성명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코스타 의장은 곧바로 후임 선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했는데요.
라가르드 총재는 사임 이유로 통화정책 외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중립 의무에 묶여 유럽의 정치·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는 프랑스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거친 만큼, 퇴임 후에도 유럽 논쟁에 적극 나설 전망입니다.
대선 앞둔 정치적 계산
사임 시점이 주목받는 이유는 프랑스 대선 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2027년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라가르드가 물러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퇴임 전에 후임자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르쿠스 페버 유럽의회 의원은 정치 일정과 맞물려 ECB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중앙은행 총재 인선이 정치적 계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유럽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며 자국 중심주의를 경계했습니다. 프랑스는 부채위기와 시위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프랑스와 독일의 영향력이 ECB 인선에 결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CB 총재는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정치권과의 거리두기가 핵심 덕목으로 꼽힙니다.
후임 경쟁과 ECB 인사 지형
후임 후보로는 클라스 크놋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코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나디아 칼비노 유럽투자은행(EIB) 총재 등이 거론됩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협의를 거쳐 유럽이사회가 임명하는 절차인데, 15개국 이상과 인구 비중 6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주요국의 합의가 관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크놋을 선호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ECB 내부 인사 교체도 진행 중입니다.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2027년 1월 IMF로 자리를 옮기고, 필리프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7년 5월 임기가 끝납니다. 총재와 핵심 보직이 한꺼번에 바뀌는 만큼, ECB의 정책 연속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