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 원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윤곽 드러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과 충청 지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과 패키징 공장을 아우르는 초대형 클러스터 조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후공정을 모두 포함한 이번 투자는 비수도권 최초의 대규모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업계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총 투자 규모는 300조 원에서 4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되며, 이르면 이달 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이번 움직임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와 맞닿아 있습니다. 수도권은 이미 부지와 전력, 용수 확보에 한계에 다다른 상황인데요. 기존 용인 클러스터 완공 이후 다음 부지를 마련하면 시기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한 호남권과 기존 인프라가 갖춰진 충청권은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기존 용인 클러스터를 이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클러스터를 추가하는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환호하는 지역과 달라지는 반응
호남과 충청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환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야 했던 과거와 달리, 고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광주 북구와 장성면 일대에는 AI 중심 도시 조성을 위한 첨단3지구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이 인프라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반면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미 용인과 평택, 베트남 등지에서 대규모 증설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투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전공정 팹은 협력사 동반 이전과 인력 배치 등 현실적인 운영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정치적 의도가 앞선 성급한 투자 종용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기업의 입지 결정은 인프라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권의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29일이 분수렉…남은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잇따라 만나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합동회의에서 양사의 지방 투자 계획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이어 6월 30일 광주를 방문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북 지역이 이번 투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됩니다.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이 공언했던 대규모 투자 유치 공약이 좌초될 수 있다는 판단에 지역 정치권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클러스터 구상이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실효성 있는 전략이 될지는 인프라 구축과 기업의 자율적 선택이 뒷받침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