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승인에 1년, 기회비용이 더 크다
보툴리눔톡신 생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있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발목 잡히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연맹 출범 기념 세미나에서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이 지정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합작법인 설립이나 기술이전을 추진해도 승인에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900억~1000억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승인 지연은 단순한 행정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외 계약이 취소되거나 고객사가 등을 돌리는 일이 생기면서, 기업들이 아예 해외 파트너와의 거래를 꺼리게 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상수 대표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의료바이오·뷰티 협력 분위기를 실제 성과로 이어가려면 규제 개선과 인허가 협력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왜 균주까지 기술로 묶였나
논란의 중심에는 보툴리눔 균주가 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2024년 국정감사 서면질의에서 유체물은 통상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지만, 균주가 독소제제 생산기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의 일부로 봤다고 답했습니다. 균주 자체의 독창성보다 생산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삼은 셈인데요.
문제는 산업기술보호법이 유체물이 기술의 일부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보툴리눔 균주와 유전자 정보는 미국 GenBank에 2,200여건이 등록돼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개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널리 공개된 정보를 별도 규제로 묶어도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업계 82% "지정 해제"…재검토 요구
현장의 반응은 뚜렷합니다. 한국시민교육연합이 지난 9월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보툴리눔톡신 기업 17곳 중 14곳, 82.4%가 지정 해제를 지지했습니다.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응답이 32.6%, 과도한 규제에 시간과 자원이 소모된다는 답이 30.2%, 핵심 공정이 이미 공개돼 보편화됐다는 의견이 27.9%였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시민교육연합 조사에서도 찬성 비중이 78~82%에 달했습니다. 기업들은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생산공정과 GMP 운영 같은 실질적 경쟁력에 부담을 준다고 호소합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국가안보와 경제에 꼭 필요한지, 필요최소 범위에 맞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