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속도로 바뀐 호르무즈
이란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란의 7개 요구 항목에 응답하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완료 시한을 7일에서 2일로 앞당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는데요. 선조건 충족 뒤 이행한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 둔 채 속도만 높이겠다는 신호입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군의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 인접국과 잇달아 회동하며 긍정적인 반응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중동 안보는 지역 당사국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습니다.
조건이 먼저, 협상은 그다음
이란의 요구는 구체적입니다. 이란과 오만이 새로 설정한 항로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항로는 폐쇄하는 조건 아래 해협을 다시 열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석유 제재 면제 복원과 동결 자산 해제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중재안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매일 한 단계씩 조치를 취하며 신뢰를 쌓은 뒤 포괄 협상으로 넘어가자는 7일 구상이었는데, 이란 고위 당국자는 항구 봉쇄 해제 같은 핵심 조건이 선제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부했습니다. 테헤란에서 12시간 넘게 이어진 협상과 도하 후속 회동이 모두 성과 없이 끝난 이유입니다.
그러면서도 아라그치는 미국과 당장 회담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JD 밴스 부통령의 메시지를 검토했고 대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갈등을 부추기려는 메시지라면 실책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붙였습니다.
중간선거 이후가 분수령
변수는 미국의 정치 일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추가 공격을 보류해 왔는데, 중동 국가들은 투표 이후 공격이 재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새 공습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란도 만반의 준비를 내세웁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군에 즉각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모센 레자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교전이 재개되면 핵무기 금지 방침 철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대로 외교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밴스 부통령이 레자에이 사무총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양측이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만큼, 중재자를 거치던 구도가 직접 협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결국 호르무즈를 둘러싼 계산은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의 문제로 좁혀지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