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비상등 켜졌다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17.1%에 달해,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계기업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이는 2021년 14.9%에서 꾸준히 상승한 수치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장기간 영업 부진으로 이자 지급 능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기업보다 심각한 경영난 겪어
한계기업 비중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뚜렷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13.7%였지만, 중소기업은 이보다 훨씬 높은 18.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며, 경영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히 금리 상승 국면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계 상태 장기화… 회복은 더욱 어려워져
기업들이 한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3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비중은 2023년 36.5%에서 지난해 44.8%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한계기업에서 벗어나 정상 기업으로 회복한 비율은 같은 기간 16.3%에서 12.8%로 감소하며, 한번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다시 일어서기가 더욱 힘들어졌음을 보여줍니다. 기업들의 재무적 체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부동산·숙박 등 고위험 업종 확산
업종별로 살펴보면 부동산(39.4%)과 숙박음식업(28.8%)의 한계기업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들 업종은 팬데믹 이후 소비 심리 위축 및 고금리 부담 가중으로 인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더불어 정보통신(20.8%), 석유화학(11.1%), 전기전자(15.4%), 건설업(11.7%) 등 주요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금융권 '맞춤형 지원' 나선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은 한계기업 비중이 1년 새 10%포인트 급증하며 14.0%에 달해, 금융권의 각별한 주의를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에 금융권은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를 구성하고,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원 방안에는 금리 감면, 상환 기간 연장, 신규 대출 등이 포함될 예정이나, 기업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은 전제 조건입니다.
고위험 한계기업 7%,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부상
전체 외감기업 중 영업 부진과 과다 차입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도 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잠재적인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산업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합니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함께, 한계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구조조정 지원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