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가 사라진 반도체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AI와 반도체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 넘게 줄었습니다. 엔비디아는 5.3% 하락하며 시총이 2910억 달러 감소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전체 손실의 약 40%를 차지했는데요. TSMC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도 주가가 2% 내렸습니다.
국내 증시도 흔들렸습니다. 코스피는 15일 7% 넘게 급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고, 외국인은 7월 이후 62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팔았습니다. 미국 S&P500이 상대적으로 버틴 것과 달리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겁니다.
배경에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AI 데이터센터 비용 부담이 있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기술 추격과 2029년 메모리 공급 과잉 논의도 겹치며 AI 슈퍼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하락장에 밀려드는 ETF 자금
주가가 밀리자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로 눈을 돌렸습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인 SOXL은 이번 주 21% 가까이 하락했는데도 약 38억 달러가 유입돼 역대 최대 주간 자금 유입이 예상됩니다. SMH에도 최근 3거래일간 4억3000만 달러가 들어와 9월 초 이후 가장 큰 주간 유입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올해 SMH는 57%, SOXL은 163% 상승하며 이미 큰 수익을 낸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이 하락을 추세 전환보다 단기 조정으로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장기 반도체 수요는 강하지만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봅니다.
반등 신호와 남은 변수
16일 일본 증시는 AI 관련주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했습니다. 닛케이225는 1.39% 오른 65,324.29엔에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상승했고, TOPIX도 1.67% 올랐습니다. 도쿄일렉트론과 소프트뱅크그룹, 키옥시아가 강세를 보였고, 코어위브 신용 불안 완화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낙관적 발언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연준 워시 의장이 AI의 경제 효율성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언급한 점도 매수세에 힘을 보탰습니다. 한국 코스피도 장중 4% 오르며 아시아 증시가 함께 반등했습니다.
다만 이번 상승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도 남습니다. 본격적인 회복 여부는 10월 하순 미국 대형 기술기업 실적 발표에서 확인될 전망입니다. AI 수요가 재확인되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변동성 장세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